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체험수기

제목 2018년도 선정작: 믿을만한 사람
작성자 심리치료학과대표
작성일자 2021-11-01
첨부파일
믿을만한 사람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심리치료학과 1학년 김혜수
너의 목소리가 들려
인사과의 업무는 말 그대로 인사에 관한 모든 일이라 할 수 있다. 인사는 사람인과 일사라는 한자가 결합된 한자어다. 인사과는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배치해야 할 뿐 아 니라 향후 회사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요구사항이나 의중을 파악해야 한다.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에 관한 피상적인 관찰 뿐 아니라 수시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. 사회 초년생부터 사람들을 관찰했던 나는 외면과 내면이 다른 사람도 있고,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나 불평불만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. 특히 퇴사 를 결심한 사람들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, 회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단 점들이나 소통이 부족한 부분들이 드러나게 마련이었다. 회사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고, 함께 꾸려나가야 할 공동체다. 한두 명이 퇴사하는 것쯤이야 괜찮다는 건 오산이다.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. 완벽한 해결책을 내놓을 만큼 경험도 지식 도 풍부하지 않았지만,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도우려고 노력했다. 그마저도 안 된다면, 공감하고 이해하려 애썼다. 부족하지만 노력한 덕분인지 몇몇 퇴사 희망자 들은 마음을 돌리기도 했다. 그럴 때마다 뿌듯함이나 성취감보다는 조금 더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과 안타까움을 느꼈다. 오랫동안 인사과에서 일하다 보면, 종종 사람들에 게 물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. 하지만 나는 되레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다.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듯, 인간은 알면 알수록 수수께끼였다. 이해할 수 없는 것에 귀를  기울인다는 건 막막한 것만은 아니다. 설령 계속 같은 이야기를 번복해 싫증이 날지라도, 상대방이 내게 속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믿고 의지한 다는 뜻이었다. 인간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졌던 나는 인간 심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들을 찾아다녔 다. 하지만 단기적인 지식으로는 부족했다. 학업과 직 업을 병행할 방법을 찾던 내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명지대 미래융합대학의 심리치료학과였다.

나라는 미지의 세계
만약 여태껏 생각해 왔던 나 자신과 진짜 내가 다르다면 어떨까? 수업에서 심리 검사 를 하기 전까지, 나는 내가 나서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담아두는 사람이라고 생각했 다. 하지만 막상 나온 결과는 딴판이었다. 검사에서는 내가 이야기하길 좋아하며 활발 한 사람이라고 했다. 처음에는 심리 검사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지만, 막상 분석한 결과지를 보니 내게 해당하는 부분들이 많았다. 어쩌면 나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다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. 어머니도 내가 끈기 있게 무언가를 끝까지 하지 않을 것 같다 며 학업을 말리셨지만, 이내 퇴근하고 나서 숙제를 하거나 수업을 빼먹지 않는 내 모 습에 차차 우려의 눈빛을 거두셨다. 교양 수업들에서도 나는 내가 모르는 나를 알게 되었다. 보통 직장 생활에서는 카톡이나 메신저로 소통하다 보니 띄어쓰기나 맞춤법 을 지키는 데 소홀해지게 마련이었다. 이십 년 넘게 쓰던 말의 제대로 된 문법들을 배 우면서 낑낑거리는 우리에게 글쓰기 교수님은 아끼지 않고 충고해 주셨다. 그중 하나 는 긴가민가할 띄어쓰기를 하라는 것이었다. 맞춤법을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도 알려 주셨다. 처음에는 완벽한 글을 쓰려고 욕심을 부렸지만, 이내 그 완벽함에 정신이 팔려 글 한 편 못 써내게 마련이라는 걸 깨달았다. 우선 써야 했다. 교수 세미나를 맡으신 박은선 교수님께서는 공부에 관한 노하우를 하나하나 전수해 주시면서 지금 힘든 건  그만큼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격려를 해주셨다. 나는 그 노하우를 통해 내게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던 학업 과목 하나하나를 깨나갈 수 있었다.

믿음직한 사람
원체 집안 가풍이 보수적인지라 암묵적인 통금 시간이 있었다. 하지만 내가 대학에 들어가자, 부모님께서는 통금 시간을 풀어 주셨다. 게다가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학교 에 수업을 들으러 가는 수요일이면 든든히 먹고 가라며 아침밥을 차려주시기도 하셨 다. 나는 늘 부모님이 믿을 만한 딸이 되고 싶었다. 걱정을 끼치지 않고 무엇이든 제 할 일은 알아서 척척 하는 딸이. 하지만 차마 그 속마음을 말하지 못했다. 같은 학과 동기들과 함께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었더라면 계속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. 나 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지만. 무사히 발표를 마쳤다. 내게는 아주 소박한 꿈에 불과했 지만, 발표를 들은 같은 과 동기들 중 한 명은 내 발표를 듣고 아이를 낳아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넌지시 말해주기도 했다. 그 말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.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배워야 할 점도 산더미처럼 많다. 하지만 언젠가는 믿음직한 딸일 뿐 아니라 편안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.